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리커버:K) : 사랑에 빠지는 60일


서론

조승리 작가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몇 년 전이었다. 시각장애인 에세이스트라는 수식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정작 그의 글을 읽어보니 장애보다는 삶을 바라보는 특유의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교보문고 리커버:K로 재출간된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그의 데뷔작이자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시작된 지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에세이를 펼치며,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문학이 되는지 궁금했다.

📚 도서 정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리커버:K)
제목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리커버:K)
저자 조승리
출판사
출간일 2024년 03월 29일
정가 16,800원
판매가 15,120원
ISBN 115816176X 9791158161767

책 소개:
소설 앤솔러지『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에세이『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으로 새로운 타이틀을 갱신하며 나아가는 조승리 작가의 첫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가 교보문고 리커버:K로 돌아왔다. 조승리 작가는 데뷔작인 이 책을 통해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시작된 순간을 솔직하게 보여주며 단숨에 화제를 모았다. 독자들로부터 늘 “시원시원하고 유쾌하다”는 감상을 듣는 반전매력의 소유자답게 이번 리커버판은 원 표지 그림이었던 김선우

1. 표지·제목·선입견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라는 제목은 처음 보는 순간부터 강렬했다. ‘지랄맞음’이라는 거친 표현과 ‘축제’라는 화려한 단어의 조합이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김선우 화가의 작품을 사용한 표지에서 도도새가 눈에 띄었는데, 날지 못하는 새가 아니라 다시 날아오를 가능성을 품은 존재로 해석된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조승리 작가에 대한 기존 인상은 ‘시원시원하고 유쾌하다’는 독자들의 평가였다. 시각장애인이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어떻게 이런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앞섰다. 동시에 자칫 감상적이거나 동정을 유발하는 글일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목만 봐도 그런 우려는 기우일 것 같았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지랄맞음’이라고 표현할 때는 이미 그 상황을 객관화하고 거리를 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2. 읽으며 바뀐 생각들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예상과 달랐다. 조승리 작가의 문체는 감상적이지도, 과도하게 밝지도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면서도 유머가 있었다. “기사는 내가 못 보는 사람인 걸 그새 잊어버리고 창문을 열어주었다”는 문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전환점은 ‘사자가 잠을 잔다’는 에피소드였다. 마사지사로 일하는 작가가 고객을 ‘사자’라고 부르며, “나는 누군가에게 고된 삶을 견뎌내게 할 의지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철학을 느꼈다. 단순히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위로가 되는 일로 승화시키는 관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전환점은 여행 이야기였다. “보이지 않아도 보고 싶은 욕망은 있다”는 문장에서 장애를 핑계로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읽었다. 타이베이 여행에서 한국인 할머니들이 건넨 “앞도 못 보면서 여길 힘들게 뭐 하러 왔누!”라는 말에 대한 작가의 반응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분노하거나 상처받는 대신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방법을 담담히 설명하는 모습에서 성숙함을 느꼈다.

책의 구성도 흥미로웠다. 3부로 나뉘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삶의 파편들을 모으는 방식이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 같았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서사를 이루고 있었다.

3. 내 삶에 남은 잔상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덮은 후 며칠 동안 “나의 새로운 장래희망은 한 떨기의 꽃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계속 떠올랐다. 비극을 양분으로 뿌리를 내리고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품겠다는 다짐이 강렬했다. 일상에서 작은 불편함이나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이 문장이 생각났다.

특히 ‘사랑에 빠지는 60일’ 에피소드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생활고 때문에 보육원에 맡기려던 아기를 하루씩 미루다가 결국 60일 만에 키우기로 결심한 엄마의 이야기였다. “내 어머니도 가슴이 내려앉을 것처럼 사랑에 빠져버린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라는 문장에서 모성애의 본질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후 다른 에세이를 읽을 때도 자꾸 조승리 작가의 문체가 비교 기준이 되었다. 어려운 상황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히 서술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태도, 그리고 절망적인 현실에서도 희망의 근거를 찾아내는 능력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4. 추천 독자 & 읽기 팁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삶의 어려움 앞에서 좌절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단순한 위로나 격려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작가는 독자를 동정하거나 감동시키려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놓으며 각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다.

한 번에 쭉 읽기보다는 에피소드별로 나누어 읽는 것을 권한다.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면서도 깊이 있어서 충분히 음미할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에 읽는다면 너무 많은 분량을 한 번에 소화하려 하지 말고 여유를 두고 읽기를 바란다. 작가의 경험이 때로는 묵직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이 책이 어려운가요?

전혀 어렵지 않다. 조승리 작가의 문체는 일상 언어에 가까우면서도 문학적 깊이를 잃지 않는다. 다만 가벼운 에세이를 기대한다면 생각보다 묵직할 수 있다.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완독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240페이지 분량으로 빠르게 읽으면 3-4시간, 여유롭게 읽으면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 에피소드별로 나누어 읽을 수 있어서 바쁜 일상 중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각 이야기를 충분히 음미하며 읽기를 권한다.

비슷한 책을 읽은 독자에게도 새로울까요?

장애 체험기나 극복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첫째, 감상적이지 않고 유머러스하다. 둘째, 장애를 소재로 하되 그것에만 매몰되지 않고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기존의 유사 도서들과는 확실히 다른 접근법을 보여준다.

결론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제목 그대로 삶의 어려움을 축제로 만들어내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조승리 작가는 시각장애라는 현실적 제약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의 한 형태로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담담함과 유머, 그리고 삶에 대한 애정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작가의 태도는 많은 독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것이다.

**별점: ★★★★☆ (5점 만점)**

지랄맞은 현실도 결국 우리가 만들어가는 축제의 재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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