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범을 읽고 3일 밤잠 설쳤던 이유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가공범’을 서점에서 처음 마주했을 때의 기분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작가 데뷔 40주년 기념작이라는 띠지가 눈에 들어왔고, 그동안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수없이 밤잠을 설쳐왔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책을 덮고 나서 3일 동안 잠들 수 없었던 이유가 단순히 범인이 궁금해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도서 정보

가공범
제목 가공범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번역자 김선영
출판사 북다
출간일 2025년 07월 21일
정가 22,000원
판매가 19,800원
ISBN 117061275X 9791170612759

책 소개:
시리즈 “이 소재를 작품으로 쓸 날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 ‘오늘의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일본 내 ‘단행본 판매 누계 1억 부’ 돌파라는 전대미문의 쾌거를 거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가공범』이 종합 출판 브랜드 북다에서 출간되었다. 1985년 데뷔하여 2025년 작가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그는 『백조와 박쥐』에 한차례 등장한 고다이 쓰토무를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고다이는 예리한

 

1. 첫인상과 기대했던 것들

‘가공범’이라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가짜 범인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가공할 만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라는 의미일까. 17년간 수많은 미스터리 소설을 리뷰해오면서 제목만으로도 작품의 성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예상이 쉽지 않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지만, 동시에 우려도 있었다. 최근 몇 작품이 초기작들에 비해 아쉬웠던 터라, 과연 예전의 그 긴장감과 반전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특히 고다이 쓰토무라는 새로운 탐정 캐릭터가 갈릴레오나 가가 형사만큼 매력적일지도 궁금했다.

표지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묘한 불안감을 자아냈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새겨진 제목이 마치 사건 현장의 증거물처럼 느껴졌고, 이미 첫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부터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지 상상하게 만들었다.

 

2. 읽어가면서 달라진 생각들

가공범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도도 야스유키와 에리코 부부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사건은 얼핏 보면 전형적인 살인사건처럼 보였지만, “둘 다 사인이 화재가 아닐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라는 문장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고다이 형사라는 캐릭터였다. 갈릴레오처럼 천재적이지도, 가가 형사처럼 직감이 뛰어나지도 않은 그는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형사에 가까웠다. 하지만 바로 그 평범함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이 무거웠다”는 묘사에서 느껴지는 현실감은 기존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중반부에 이르러 “우리는 가공의 범인에게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대사가 나왔을 때, 비로소 제목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단순히 가짜 범인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실과 거짓,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헤매는 인간들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 사람이 무슨 문제라도 있어?”라고 묻는 장면이었다. 이런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했다. 마치 드라마 “서초동”을 보는 것처럼 직장인들의 일상적인 모습도 엿볼 수 있어서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3. 이 책이 내게 남긴 것들

가공범을 완독하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 바로 소설의 힘이구나’였다.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서서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모순을 깊이 있게 파헤친 작품이었다. 특히 “1985년부터 40여 년의 이야기”라는 출판사 리뷰에서 언급한 대로, 작가 자신의 문학적 여정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서 더욱 의미 깊게 느껴졌다.

3일 동안 잠을 설쳤던 이유는 단순히 범인이 궁금해서가 아니었다. 책 속에서 제기된 질문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 중에 얼마나 많은 것이 ‘가공’된 것일까?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정보들, 주변 사람들로부터 듣는 이야기들이 모두 진실일까?

고다이 형사의 성실함과 끈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저는 그 동네에 중요한 걸 두고 왔을지도 모릅니다”라는 대사에서 느껴지는 책임감과 사명감은 요즘 보기 드문 미덕이었다. 화려한 추리력보다는 묵묵한 노력으로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이 오히려 더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가 여전히 현역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데뷔 40년차에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작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4. 추천 대상과 읽기 팁

이 책은 특히 기존 히가시노 게이고 팬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익숙한 시리즈의 틀을 벗어나 신선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추리소설 초보자들에게도 좋은 입문서가 될 것이다. 복잡한 트릭이나 현란한 추리보다는 인간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춘 ‘휴먼 미스터리’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읽을 때는 성급하게 범인을 찾으려 하지 말고,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사회적 배경에 주목하며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특히 1985년부터 현재까지의 시대적 변화를 함께 생각해보면 더욱 깊이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는 잠시 시간을 두고 책의 메시지를 곱씹어보기 바란다.

 

자주 묻는 질문

이전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안 읽어도 되나요?

가공범은 고다이 시리즈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서, 이전 작품을 읽지 않아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 시작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백조와 박쥐』를 먼저 읽으면 고다이 형사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질 것입니다.


다른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백야행』이나 『용의자 X의 헌신』처럼 충격적인 반전보다는 인간 내면의 복잡함에 더 집중한 작품입니다. 갈릴레오 시리즈의 화려한 과학적 추리보다는 현실적이고 묵직한 감동을 주는 휴먼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작가의 원숙함이 더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읽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술술 읽히는 편입니다. 하루에 2-3시간씩 집중해서 읽으면 3-4일 안에 완독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곳곳에 숨어있는 복선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조금 더 천천히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로도 나올까요?

일본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 영상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다이 형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어서 시리즈물로 제작되기에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결론

가공범 후기를 정리하자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데뷔 40주년에 내놓은 이 작품은 분명 그의 새로운 대표작이 될 만하다. 화려한 트릭보다는 인간의 진실한 감정에 집중한 성숙한 작품으로,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별점 5점 만점에 4.5점을 주고 싶다. 여름밤 깊은 사색에 빠지고 싶은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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