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양귀자의 『모순』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1998년 IMF 외환위기라는 절망적 시기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궁금했다.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독자들이 찾은 이 소설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32쇄를 찍으며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 도서 정보

제목 | 모순 – 개정판 |
저자 | 양귀자 (지은이) |
출판사 | 쓰다 |
출간일 | 2013년 04월 01일 |
정가 | 13,000원 |
판매가 | 11,700원 |
ISBN | 9788998441012 |
책 소개:
작가 양귀자가 1998년 펴낸 세 번째 장편소설로, 책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무서운 속도로 베스트셀러 1위에 진입, 출판계를 놀라게 하고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으면서 ‘양귀자 소설의 힘’을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보여준 소설이다.
1. 표지·제목·선입견
『모순』이라는 제목은 단순하면서도 철학적 무게감을 담고 있다. 양귀자라는 이름 앞에서는 이미 『원미동 사람들』로 각인된 섬세한 일상 묘사와 탁월한 문장력에 대한 기대가 컸다. 표지는 소박하지만 오히려 그 절제된 디자인이 내용의 깊이를 암시하는 듯했다. 다만 ‘모순’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소설로 어떻게 형상화했을지, 자칫 관념적이거나 설교조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199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25세 여성 주인공이라는 설정에서는 당시 청년층의 현실 인식과 고민이 어떻게 투영될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2. 읽으며 바뀐 생각들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놀란 것은
① 작가의 문장이 주는 힘이었다.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주인공 안진진의 독백은 단숨에 독자를 소설 속으로 끌어당겼다. 철학적 사유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양귀자만의 문체가 예상보다 훨씬 깊은 울림을 주었다.
② 소설의 구성 방식도 흥미로웠다. 17개의 짧은 장으로 나뉜 구조는 마치 일기를 읽는 듯한 친밀감을 주면서도, 각 장마다 하나의 완결된 에피소드로서 독립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이런 다성적 서술은 독자가 숨을 고르며 천천히 사유할 수 있는 여백을 제공했다.
③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모순이라는 추상적 주제를 구체적인 인물들의 삶을 통해 체감할 수 있게 만든 작가의 솜씨였다. 일란성 쌍둥이인 어머니와 이모의 상반된 삶, 가난하지만 바쁜 어머니와 부유하지만 지루한 이모의 대비는 단순한 도식을 넘어서 삶의 아이러니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3. 내 삶에 남은 잔상
책을 덮고 며칠이 지나도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마다 안진진의 고민이 떠올랐다. 특히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는 구절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을 정확히 짚어내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소설을 읽은 후 나는 내 삶의 모순들을 더 너그럽게 받아들이게 되었고, 완벽한 해답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질문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in-book.co.kr에서 다른 독자들의 리뷰를 보니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아 더욱 위로가 되었다.
4. 추천 독자 & 읽기 팁
20-30대로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특히 적합하다. 주인공과 비슷한 연령대에서 느끼는 혼란과 성찰의 과정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도 추천한다. 양귀자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과 문장력을 통해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빠른 전개나 극적인 사건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다. 내적 성찰과 일상의 묘사가 주를 이루므로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 번에 몰아서 읽기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것을 권한다. 각 장의 여운을 충분히 느끼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지어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1990년대 후반의 사회적 맥락, 특히 IMF 외환위기 상황을 미리 알고 읽으면 소설의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의 심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이 책이 어려운가요?
문장 자체는 쉽고 자연스럽지만,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어 깊이 있는 독서가 필요하다. 표면적인 이야기를 넘어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려는 노력이 있다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완독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총 307페이지로 빠르게 읽으면 4-5시간, 보통 속도로는 6-8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다면 며칠에 걸쳐 읽는 것을 권한다. 각 장마다 충분한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 이 소설의 진가를 느끼는 방법이다.
비슷한 책을 읽은 독자에게도 새로울까요?
양귀자만의 독특한 문체와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차별점이다. 또한 1990년대 한국 사회의 구체적 맥락 속에서 그려진 인물들의 모습은 다른 성장소설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제공한다.
결론
『모순』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을 던지는 소설이다. 완벽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삶의 복잡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지혜를 전해준다. 양귀자의 탁월한 문장력과 깊이 있는 통찰이 만나 탄생한 이 작품은, IMF라는 절망적 시기에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충분히 보여준다.
별점: ★★★★☆ (5점 만점)
모순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모순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