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정보라의 《저주토끼》 10만 부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을 받아든 순간, 양장본의 묵직한 무게가 먼저 느껴졌다. 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라는 명성보다는, 표지에 그려진 토끼의 눈빛이 더 강렬했다. 호러와 SF, 판타지가 뒤섞인 소설집이라는 설명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묘한 기대감이 들었다.
📚 도서 정보

제목 | 저주토끼 (10만 부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양장) |
저자 | 정보라 (지은이) |
출판사 | 래빗홀 |
출간일 | 2025년 06월 04일 |
정가 | 17,800원 |
판매가 | 16,020원 |
ISBN | 9791168342934 |
책 소개:
세계 문학장의 사랑을 받으며 소설을 사랑하는 이들의 필독서로 떠오른 정보라의 호러/SF/판타지 소설집 《저주토끼》가 2025년 누적 판매 10만 부 돌파를 기념하며 리미티드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1. 표지·제목·선입견
제목부터 범상치 않았다. ‘저주토끼’라는 조합 자체가 낯설면서도 불길한 예감을 준다. 토끼라는 순수한 동물과 저주라는 어두운 단어의 결합이 이미 이 책의 성격을 암시하는 듯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최재훈이 그린 표지의 토끼는 귀엽기보다는 섬뜩했고, 전 세계 24개국에서 이 그림을 표지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더욱 흥미로웠다. 정보라 작가에 대해서는 러시아 문학 전공자이자 번역가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호러 장르를 쓴다는 점이 의외였다. 부커상 후보작이라는 권위와 호러라는 대중성이 어떻게 만날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10만 독자가 선택했다는 수치가 이 책의 대중적 어필을 증명하는 것 같아 기대가 높아졌다.
2. 읽으며 바뀐 생각들
첫 번째 전환점은 표제작 〈저주토끼〉를 읽으며 찾아왔다. 단순한 복수담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저주 용품을 만드는 가문의 불문율과 그것을 어기게 된 절박한 상황이 촘촘하게 얽혀 있었다. 작가는 민담의 형식을 빌려왔지만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전혀 낡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두 번째 충격은 〈머리〉를 읽을 때였다. “변기 속에서 머리가 하나 튀어나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는 문장에서 시작되는 이야기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모성과 죄책감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마지막 전환은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화법에서 느꼈다. 정보라는 각 단편마다 다른 목소리를 구사하면서도 일관된 세계관을 유지한다. 어떤 이야기는 동화처럼 시작해서 잔혹하게 끝나고, 어떤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시작해서 환상으로 치닫는다. 이런 변주가 독자를 끝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3. 내 삶에 남은 잔상
책을 덮고 며칠이 지나도 〈차가운 손가락〉의 한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존재와 대화하는 여성의 모습이 묘하게 일상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이었는데, 현실에서도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들과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지하철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사람들을 보거나, 밤늦게 혼자 걸을 때면 이 책의 분위기가 스며들었다. 특히 “개인적인 용도로 저주 용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문장은 일종의 금기에 대한 메타포로 읽혔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어떤 선을 넘고 싶은 충동과 그것을 억제하는 이성 사이의 긴장감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후 다른 호러 소설을 읽을 때도 정보라식 서술 방식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었다.
4. 추천 독자 & 읽기 팁
적합한 독자는 두 부류다. 첫째, 장르 소설에 편견 없이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문학적 완성도를 중시하는 독자들이다. 이들은 호러라는 외피 아래 숨겨진 사회 비판과 인간 심리 탐구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존 한국 문학에서 아쉬웠던 상상력의 확장을 원하는 독자들이다. 정보라의 세계관은 충분히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 판타지의 문법을 구사한다.
부적합할 수 있는 독자는 선악이 명확히 구분되는 권선징악 구조를 선호하는 이들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완전한 선인도 악인도 아니며, 복수의 결과조차 씁쓸하게 그려진다.
읽기 호흡 측면에서는 한 번에 모든 단편을 읽기보다는 하루에 한두 편씩 천천히 소화하는 것을 권한다. 각 이야기가 주는 정서적 충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사전지식으로는 동유럽 민담이나 러시아 문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더욱 풍부하게 읽을 수 있지만, 없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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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이 책이 어려운가요?
문장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각 이야기가 담고 있는 함의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여러 번 읽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쉽게 읽히지만 깊이 있는 해석이 가능한 텍스트입니다.
완독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천천히 읽는 독자는 일주일 정도, 보통 속도로는 3-4일, 빠르게 읽으면 하루 만에도 가능합니다. 다만 단편집이므로 중간중간 쉬어가며 읽는 것을 권합니다.
비슷한 책을 읽은 독자에게도 새로울까요?
첫째, 한국적 정서와 서구적 판타지 문법의 절묘한 결합이 차별점입니다. 둘째, 호러의 외형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사회 소설의 성격이 강합니다.
결론
《저주토끼》는 장르 문학과 순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이다. 10만 독자가 선택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흡인력이 강하면서도, 부커상 후보에 오른 문학적 성취도 납득할 만하다. 정보라는 호러라는 장르를 통해 현대인의 상처와 분노를 탁월하게 형상화해냈다. in-book.co.kr에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별점: ★★★★☆ (5점 만점)
복수는 달콤하지만 그 끝은 쓰다는 진실을 보여주는 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