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를 읽으며 애플의 혁신 스토리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패트릭 맥기의 『Apple in China』를 서점에서 발견했을 때,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애플과 중국의 관계라니, 단순한 제조업 이야기를 넘어선 복잡한 지정학적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거든요.

1. 애플 전담기자가 폭로하는 숨겨진 진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또 다른 애플 찬양서가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저자 패트릭 맥기가 파이낸셜 타임스의 수석 애플 담당 기자였다는 이력을 보고 기대감이 커졌어요. 4년간 애플을 집중 취재하며 샌프란시스코 언론클럽 상까지 받은 저널리스트라니, 단순한 외부 관찰자가 아닌 내부 정보에 정통한 전문가의 시각을 기대할 수 있겠더군요. 다만 종교학 전공에서 출발해 외교학 석사를 거쳐 저널리즘으로 온 독특한 이력이 과연 이런 복잡한 기업-국가 관계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지 궁금했습니다.
2. 애플이 중국에 갇힌 진짜 이유
Apple in China를 읽어나가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저자의 철저한 취재력이었습니다. 200명이 넘는 전직 임원과 엔지니어들과의 인터뷰, 스티브 잡스의 미공개 회의록, 최고 경영진들의 이메일, 중국 경쟁업체 위협에 관한 내부 메모까지 – 이 모든 자료들이 하나의 거대한 퍼즐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했어요. 특히 “중국에 애플스토어를 설립한 몰몬교 선교사”, “베이징을 달래는 임무를 맡은 ‘8인방’ 임원들”, “공장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려 했지만 쿠퍼티노의 운영 요구와 시진핑의 시민사회 탄압 사이에서 좌절한 이상주의적 베테랑” 같은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애플의 중국 진출이 단순한 비즈니스 결정이 아니었음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저자는 애플이 어떻게 의도치 않게 중국 내에 첨단 전자산업을 구축했는지, 그리고 기술 업그레이드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어떻게 베이징에게 무기화될 수 있는 힘을 우연히 안겨주었는지를 차근차근 풀어냅니다.
3. 아이폰 뒤에 숨겨진 지정학적 딜레마
Apple in China를 덮고 나서도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애플이라는 회사의 변화였습니다. 한때 “반역자들”과 “말썽꾸러기들”을 찬양하며 “Think Different”를 외쳤던 그 자랑스럽고 목소리 높은 회사가, 이제는 자신의 운명을 점점 더 통제하는 적대적인 정권에 수동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이죠. 일상에서 아이폰을 사용할 때마다, 그리고 중국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이 책의 내용이 떠오릅니다. 애플의 제품 90%가 중국에서 제조된다는 사실, 그리고 이것이 애플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에게 실존적 취약점이 되었다는 저자의 지적이 현실로 다가오더군요.
4.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사람들
꼭 읽으면 좋을 분들: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과 지정학적 위험에 관심이 있는 비즈니스 전문가들, 그리고 애플이라는 회사의 진짜 모습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싶은 기술업계 종사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아쉬울 수 있는 분들: 단순히 애플 제품의 기술적 혁신이나 성공담만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무거울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기업의 어두운 면과 복잡한 국제관계를 다루고 있거든요.
읽는 방법: 448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므로 천천히 소화하며 읽는 것을 권합니다. 특히 공급망과 제조업 관련 부분이 상당히 디테일하므로 관련 배경지식이 있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이 책이 어려운가요?
Apple in China는 저널리스트가 쓴 책답게 전문적이면서도 읽기 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과 중국 정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으면 더욱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어요.
완독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보통 속도로 읽으면 일주일 정도,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2주 정도 소요됩니다. 빠르게 읽어도 3-4일은 잡아야 할 분량이에요.
비슷한 책을 읽은 독자에게도 새로울까요?
기존 애플 관련 서적들과 달리 중국과의 관계에 집중한 점, 그리고 200개 인터뷰를 통한 내부 정보의 깊이가 차별점입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기업을 바라본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요.
결론
『Apple in China』는 단순한 기업 분석서를 넘어 현대 글로벌 경제의 복잡성과 위험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입니다. 애플과 중국의 관계를 통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어요.
별점: ★★★★☆ (5점 만점)
이 책을 읽고 나서 실천해볼 만한 것들:
- 내가 사용하는 제품들의 공급망과 제조국가 확인해보기
- 중국 관련 경제 뉴스를 더 주의 깊게 살펴보기
- 기업의 지정학적 위험 요소들에 대해 투자 관점에서 분석해보기
-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최신 동향 팔로우하기
애플 없는 중국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중국 없는 애플 역시 불가능해진 현실을 마주하게 해주는 책입니다.